초대일시 / 2008_061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 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82.(0)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포장된 어떤 것 ● 미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외부적인 요인과 정의에 의해서 그 위치와 의미가 결정 되어왔다. 이러한 미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며, 소통을 하고 있는가? 미술의 시작은 주술적인 목적을 가진 동굴 벽화나 주술적인 의식을 담당하던 주술사의 몸을 치장하던 장신구같이 주술적인, 때로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는 특정장소에 전시되면서부터 실용성을 배재한 미술품으로써 바라보게 되었다. 미술의 의미와 정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간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양식이 있고 그 시대를 풍미하는 사조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미술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나가고 있고, 또한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새로운 정의와 시각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기를 거치면서 미술은 이전과는 다르게 다양한 실험들을 하며 그 영역을 넓혀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들은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새로운 미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미술에 적응해 가면서 미술의 다양한 실험을 지켜봐왔다. 어찌 보면 항상 미술은 진보적으로 변해가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듯이 보이며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미를 계속해서 생산해 내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현대 미술에서는 소통이라는 것이 중요해진다.
양진우는 미술이 현재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소통하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전의 작업에서는 우리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본질적인 것에 대해 알아가려는 작업 해오고 있었다. 작가는 주된 부분보다는 주변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서 실용적이지 못하거나, 기능이 다해 낡아버리거나 미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져 버려진 물건들을 찾아내거나 주변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물건이나 쓸모없어진 물건들을 기증받는다. 그 후 그것을 과도할 정도로 장식하여 새로운 용도의 물건으로 변모시키거나 과도한 장식으로 채워진 물건으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어떤 하나의 물건이 새로운 것으로 변화되어 재탄생되면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의 진정한 의미와 그 가치를 찾고자 하였다. ● 작가가 이러한 관심에서 소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농구를 좋아하던 작가는 평소에 즐겨하던 학교의 농구대가 망가져서 학교에 보수를 요청하였으나 그것이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자 직접고치기를 결심하였다. 이렇게 작가가 망가진 물건을 고치는 과정에서 형태의 변화나 장식을 자신의 즉흥적인 감성으로 집어넣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은 작가의 일방적인 감성에 의한 창조물로 재탄생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농구대를 다시 농구장에 옮겨 놓았을 때, 처음에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고 어색해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구를 계속하게 되고 그 뒤에는 새롭게 재탄생된 농구대의 이상한 형태나 장식이라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취하고 그 것을 대하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소통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소통에 대한 관심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해왔던 소외되거나 버려진 주변적인 것에서부터 풀어나간다.
작가는 일단 우리 주변에 버려지고나 못쓰게 되어버린 물건들을 수집하고 기증받는다. 이러한 물건들을 가지고 작가 나름의 즉흥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포장한다. 낡은 리어카가 영국왕실 마차로 망가진 끌차가 로마시대의 전차로 기존의 용도에서 벗어나 아주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원래는 사용되었던 실용적인 물건이 과거에는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것으로 재탄생 된 것이다. 낡은 조그마한 책상의자나 변기가 화려한 문양을 가진 장식으로 치장된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그러나 예전에 화려하고 장식으로 치장된 의자나 변기는 그 양식이 유행할 당시에는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세련된 물건이었겠지만, 현대에 와서는 예식장이나 사진관에서 볼 수 있는 키치적인 장식으로 의미가 퇴색되어 저급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가 사용하는 과다한 포장과 장식을 사용하여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양상들을 혼합시킴으로써 그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 ● 양진우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실용적인 것과 비실용적인 것, 주된 것과 주변적인 것, 순수예술과 공예적인 것, 고급과 저급의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품에는 많은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 경계에서 존재한다. 이는 결국 이러한 것들은 미술이라고 만들어진 작품들을 관람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따라서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고 원래의 자리나 원주인에게 돌려줌으로써 그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것들을 기록한다. 그들이 이것을 작품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 이것을 다시 사용할 것인지 또 다시 버려질 것인지는 철저히 그들의 판단이면 몫이다. 작품을 다시 돌려줌으로써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현대에 있어서 작가와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자 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작가는 동시대의 미술이라는 것이 그 당시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어떠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그 소통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과정을 통하여 작가가 만들어내는 장치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미술과 사람들과의 소통과정이라는 큰 담론의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신승오
Vol.20080619h | 양진우展 / YANGJINWOO / 梁鎭藕 / sculpture.installation